보보인형 실험의 개요
보보인형 실험이란 우리 인간은 직접적 경험을 통해서만 학습하는 동물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간접 경험에 의한 모방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을 말합니다. 이를 관찰학습이라고 하는데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모범적인 학생에게 교사가 적절한 보상을 할 경우 다른 학생들이 모범적인 행동을 학습하게 됩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심리학계는 행동주의가 득세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와 "존 왓슨"을 중심으로 한 이론으로 학습이 되는 것은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라고 봅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개체가 직접 상황을 경험하여 반응을 나타내고 그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을 받았을 때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학생의 경우 공부를 잘해서 칭찬받거나 규칙을 어겨서 처벌받아야만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는 이론입니다. 이에 1961년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 "앨버트 밴듀라"는 모방도 학습에 중요한 요소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보보인형 실험을 설계하여 이를 증명했습니다. 그는 모방을 통한 관찰학습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인 3~6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의 보보인형 실험은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첫 번째 버전은 아이들을 한 명씩 실험실에 들어가게 한 뒤 시작됩니다. 아이들이 들어간 방 안에는 장난감과 연구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노는 구역과 어른이 노는 구역을 나눠서 각자 자유롭게 놀이하게 합니다. 나눠진 어른의 구역에는 아이의 구역에 없는 한 인형을 배치해 뒀는데 그것이 보보인형입니다. 보보인형은 풍선 인형이지만 무게추가 달려있어서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습니다. 연구원은 장난감 망치로 보보인형을 10여 분간 때리고 아이는 그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다른 방으로 장소를 옮겼는데 연구원이 보보인형을 때리는 것을 지켜본 아이들은 보보인형과 장난감 망치를 놓자 연구원과 똑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연구원과 같은 동성인 아이들에게서 공격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게 관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아동은 동성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기가 더욱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65년 다른 버전의 보보인형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원이 보보인형 때리는 것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아닌 영상으로 관찰하게 했습니다. 영상은 세 가지의 다른 결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보보인형을 때린 연구원이 칭찬과 선물을 받는 결말이었습니다. 두 번째 영상은 보보인형을 때린 연구원이 처벌받는 모습이 담겨있었고 세 번째 영상은 연구원이 어떠한 보상도, 처벌도 받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영상을 본 아이들을 장소를 옮긴 뒤 보보인형과 장난감 망치를 두었습니다. 관찰 결과 첫 번째 영상을 본 아이들의 모습이 가장 공격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영상을 본 아이들은 공격적인 모습이 가장 적게 나타났으며 세 번째 영상을 본 아이들은 중간 정도의 공격성이 나타났습니다. 해당 실험을 통해 직접적인 관찰을 할 때 아이들은 공격적 행동을 다 함께 학습했지만 행동에 대한 결과에 따라 다른 반응이 도출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행동에 대해 보상받는지, 처벌을 받는지를 관찰하기만 했을 뿐인데도 아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밴듀라"의 사회학습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학문적으로 기존에 득세하던 행동주의 이론을 뒤집었으며, 한창 부흥하던 TV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현재도 보보인형 실험을 통해 TV나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이 폭력적인 장면에 노출되는 것이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로 자주 인용됩니다. 또한 당시 보보인형 실험은 소비자 연합과 학부모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때문에 1990년 미국에서는 텔레비전 폭력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보보인형 실험의 비판과 진실
그러나 보보인형 실험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풍선 인형인 보보인형은 원래 펀치용 장난감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인형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이 때리거나 눕히는 것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들이 모방을 통해 공격적인 행동을 학습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놀기 위해서 인형을 때렸으리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위해 때린 것을 두고 일반화하기에는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심지어 실험 자체가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폭력적 성향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윤리적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밴듀라"의 관찰학습 이론은 타당성이 부족한 이론일까요? 1971년 심리학자 "세이무어 페시바흐"와 로버트 싱어"는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드라마를 시청하게 했는데 실험 결과는 보보인형 실험과 정반대였습니다. 아이들이 비폭력적 드라마를 볼 때보다 폭력적 드라마를 볼 때 감정적 정화감을 경험하여 덜 폭력적이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밴듀라"의 실험에는 허점이 있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자인 "로웰 후스만"이 1977년부터 2003년까지 330명의 아동을 관찰한 일련의 종단연구 결과에서는 폭력적인 장면에 노출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밴듀라"의 관찰학습 이론은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필자는 TV 프로그램보다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선호합니다. 평소 TV를 즐겨보는 성향도 아니기 때문에 집에 TV를 두지 않았으며, 가끔 노트북으로 OTT에 있는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OTT에는 TV 프로그램보다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드라마나 영화가 난무합니다. 요즘 청소년들도 접하기 쉬운 OTT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청합니다. 인기 시리즈들을 보면 대부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은 작품들입니다. 그러나 폭력적인 미디어가 반드시 폭력적인 성향을 부른다는 것에는 이견이 많습니다. 다만 폭력적인 미디어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보보인형 실험과 "로웰 후스만"의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여 학습한다는 보보인형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방향을 정립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안 좋은 행동만을 모방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모범적인 행동에서도 관찰을 통해 학습합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는 우리 아이가 바람직하고 모범적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부모부터가 모범적인 모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필자는 보보인형 실험이 우리가 어른으로서 갖춰야 할 모습을 시사하고 자각하게 만든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는 언행을 바르게 해야겠다고 한 번 더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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