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자이가르니크 효과, 미완성이 주는 힘

by 심취녀 2024. 11. 27.

1. 자이가르니크 효과란?

자이가르니크 효과 또는 미완성 효과란 완수해 낸 일보다 미완성이거나 실수를 하였던 일을 더 잘 기억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일을 완성하지 못하였을 때는 마음 한편에서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어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러시아의 한 심리학자 "자이가르니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자이가르니크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웨이터들이 수많은 주물을 헷갈리지 않고 완수해 내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자이가르니크는 계산한 후 웨이터에게 자신이 주문했던 메뉴를 기억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나 웨이터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자이가르니크는 웨이터가 주문을 처리하기 전에는 일을 완료하기 전이라 주문 내용을 기억해 냈지만 주문이 완료된 뒤에는 기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즉, 웨이터가 자이가르니크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던 것도 이미 주문이 끝난 뒤라서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이 현상은 광고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응용됩니다. 이를테면, 드라마에서 회차를 끝낼 때 극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과 같습니다. 미완성된 드라마의 결말을 완성하고 싶다는 욕구를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주입하여 다음 회차도 시청하게끔 만드는 의도입니다. 우리가 게임을 할 때 미완성 임무들을 깨기 위해 게임을 계속 진행하는 심리 또한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응용한 것입니다. 일을 완성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응용하여 의도적으로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하게 하고 게임을 진행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2. 우리는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이 말은 2007년 발매된 "FTISLAND"의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노래 제목으로도 쓰일 만큼 흔하게 사용하는 이 표현의 참뜻은 첫사랑과 보낸 애틋했던 추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이 단지 남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공통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왜 첫사랑을 더욱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일까요? 첫사랑은 가장 오래전에 했던 사랑이기에 가장 잊히기 쉬운 기억이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첫사랑과의 첫 데이트 장소, 첫사랑과의 추억의 장소들, 첫사랑이 가졌던 특징들을 곧 잘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자이가르니크 효과로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일을 할 때 중간에 그만두게 될 경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긴장 상태가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고 이는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경험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동시에 주어진 일은 이미 완성된 일보다는 미완성된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은 첫사랑을 유달리 사랑했기 때문이 아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었기에 더욱 애틋하게 기억하는 것입니다.

자이가르니크 효과의 창시자인 "자이가르니크"의 사진
"자이가르니크"의 사진

3. 자이가르니크 효과에서 벗어나는 방법

자이가르니크는 이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64명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간단한 과제를 주었습니다. A 집단이 과제를 수행할 때는 아무런 방해도 주지 않았고 B 집단이 과제를 수행할 때는 도중에 다른 과제를 하게 하거나 중단시키는 식으로 방해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을 마친 뒤 두 집단에게 해당 과제에 대해 어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은 A 집단보다 B 집단이 2배 이상 과제를 기억해 냈습니다. 또한 B 집단이 기억해 낸 과제의 68%는 방해를 받고 중간에 그만둔 과제였습니다. 끝까지 완료해 낸 과제는 32%의 비율로 기억해 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것을 더욱 잘 기억하고 싶을 때, 진행하던 일을 일부러 조금 남겨두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광고 마케팅에서 이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효과는 부정적인 영향도 미칩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은 머릿속에 쌓여 긴장감과 압박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창의적인 생각을 하거나 새로운 일에 몰두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우리 머릿속을 긴장하게 만드는 자이가르니크 효과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기록해야 합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로이 바우마이스터" 연구팀에 의하면 인간은 단순히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만으로도 남은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때, 남은 일에 대해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구체화해서 기록한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스스로에게 마감을 알리는 것입니다. "이 일은 이제 다 끝났어!"라는 선언으로 본인에게 적절한 종결 의식을 행하여 일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임상 심리학자 "앨버트 번스타인"은 오늘 업무를 끝내면 스스로 선언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뇌는 할 일을 다 끝마쳤다고 인식하게 되어 자이가르니크 효과가 감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잘한 일까지 다 기억하려 하지 말고 일정 관리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이걸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뿐더러 뇌 공간을 비워 다른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끝내지 못한 일이 계속 떠올라서 고민이라면, 구체화한 계획을 세워 기록하고 스스로에게 해당 업무의 마감을 선언하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우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자이가르니크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