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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진화 심리학,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다

by 심취녀 2024. 11. 25.

1. 진화 심리학 이란?

인간이 진화한 과정을 순서대로 그린 진화론 그림

진화 심리학이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심리를 진화학적이고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학문을 말합니다. 인지심리학과 진화생물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학문으로,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이해하면 진화심리학 또한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찰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에서 어떠한 형태의 생물이 오랫동안 세월이 흐르면 변화된 환경에 맞춰서 서서히 변화해 간다고 주장하며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진화된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진화론을 주장하였습니다. "찰스 다윈"이 말한 자연선택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자연선택에 의해 복잡하게 설계되어 진화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며, 진화심리학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정신 기관과 심리적 작용들도 오랜 세월에 걸친 자연선택의 산물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즉, 진화심리학에서는 뇌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단위들의 종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의 원시 조상들에게 부과되었던 적응의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자연선택 과정에서 설계된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이러한 특화된 단위를 생태적 정보와 사회적 정보로 진화된 적응의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2. 진화 심리학의 예시

진화심리학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우리 종의 진화와 번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끔 선택되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인류의 먼 조상들이 과거에 경험했던 여러 적응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자연선택이 설계한 다양한 심리적 적응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쓴맛과 신맛이 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과거 우리 조상들이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할 때 식물이 만들어낸 독소를 섭취하는 불상사를 피하는 것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또한 종종 아이들은 어떠한 음식을 섭취할 때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는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조상들이 생소한 음식에는 독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새로운 음식 섭취를 꺼려하던 것이 학습되어 진화된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호모 에렉투스 이후 본격적인 수렵과 채집 활동을 병행한 우리 조상들은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은 주로 채집을 하고 남성은 주로 사냥을 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하였습니다. 사냥을 잘하려면 도망치는 사냥감을 쫓아다니다가 길을 잃지 않아야 하기에 공간 인지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현재의 우리는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는 미로에서 탈출하기, 지도 판독하기 등과 같은 공간 인지 능력 실험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였습니다. 반대로 채집을 잘하기 위해서는 위치 기억이 뛰어나야 합니다. 이를테면, 익지 않은 열매를 발견하였을 때 수확 시기가 오면 열매가 있던 위치를 잘 찾아내야 한다던가 채집을 하기 위해 가까운 공간을 샅샅이 뒤지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버라 캠퍼스의 심리학자 "조슈아 뉴"는 참가자들을 모아 실험해 보았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농산물 재래시장에서 여러 점포를 돌아다니며 시식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을 한데 모아 특정한 점포를 골라 위치를 물었습니다. 연구진들의 예상대로 과일이나 채소 등의 식물성 음식이 있던 점포의 위치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잘 기억해 냈습니다. 동물성 음식에서는 특별한 차이가 없었지만 남녀 모두 칼로리가 낮은 음식이 있던 위치보다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있던 위치를 훨씬 더 잘 기억해 냈습니다. 이처럼 진화심리학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에 적응하여 진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진화 심리학의 오해

진화 심리학 하면 이상하고 변태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저는 진화 심리학에 대해 잘 서술한 "서은국" 저자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진화심리학의 예시들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내용이라 저로 하여금 진화 심리학에 대해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에서 나온 다양한 예시 중 가장 놀라웠던 실험이 있었습니다. 실험은 남성들을 A와 B 두 그룹으로 분류한 뒤 두 그룹에게 어떠한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사진은 다수의 남녀가 나오는 평범한 거리의 사진이었습니다. A그룹에게는 여성과 남성이 적절한 비율로 나와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고 B그룹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적은 비율로 나와있는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진을 본 후 두 그룹에게 다음번에 이성과 데이트를 하게 될 경우 데이트 비용으로 얼마를 지불하겠냐는 공통된 질문을 던졌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게 나온 사진을 본 B그룹이 더 많은 데이트 비용 지불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는 진화 심리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위해 여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만 했습니다. 즉, 힘이 있는 남성들만이 여성들을 취할 수 있었고 힘이 약한 남성들은 경쟁에서 늘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적은 사진을 본 B그룹의 유전자에는 본능적으로 과거 먼 조상들이 지니고 있었던 경쟁 심리가 작동하여 더 많은 데이트 비용 지불 의사를 밝혔다는 게 이 실험의 해석이었습니다. 저는 이 실험의 결과를 보고 무척 놀라웠습니다. 왜냐하면 B그룹에게 이러한 실험 결과를 말해줘도 그들은 자신이 진화 심리학적인 관점이 아닌 자신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답변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생각한 수많은 선택들 중에서도 많은 것들이 진화 과정을 통해 무의식적인 선택을 한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보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여성들의 아버지와의 연락 빈도를 기록한 한 실험이었습니다.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여성들은 가임기가 되면 평상시보다 아버지와의 연락 빈도가 줄어들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임기의 여성이 아버지와의 연락 빈도를 줄이는 것은 근친상간을 막기 위한 진화 심리학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험에 참여한 여성들은 그 결과는 단지 우연이었을 뿐이라며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실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인간의 심리를 진화적 관점으로 설명하려는 진화 심리학에 대한 거부감이 높으며 짝짓기를 연구하는 변태적인 학문으로 오해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한 오해이며 분명한 것은 진화 심리학은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과학적인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진화 심리학을 편협된 시각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학문으로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